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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노트

기대했다 실망한 눈먼 자들의 도시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봤다. 사실 보기는 오래전에 봤지만 그간 이 영화에 대해 쓸 말이 없었다. 이 영화는 내 기억으론 광고를 멋있게 했었던 것 같은데 내용이 신통치 않으니 히트를 못 쳤을 것이다. 나도 광고를 보고 기대를 했었지만 실망했으니까.
 이 영화는 처음에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일본계 남자로 시작한다. 이 남자(이름은 기억나지 않음)는 자동차를 타고 가다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도로 한복판에서 자동차를 세우고 교통체증을 만들었다. 어찌어찌 시민들의 도움으로 집까지 올 수 있었다. 이 장면에서 미국에서 저렇게 사람을 믿어도 되나 하고 생각을 했는데 역시 순수한 의도로 도와준 것이 아니었다. 어쨋든 다음엔 이 일본남자를 도와준 사람이 눈이 멀어 버렸다. 이렇게 영화 초반부터 사람들이 눈이 멀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자 보건당국에서도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환자들을 격리수용 시킨다. 그런데 그 환자들이 살게 될 시설은 정말 형편없고 황폐한 곳이었다.

 앞이 안보인다는 것이 어떤건지 나는 상상할 수도 없다. 다만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느날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깜짝 놀랐을 것이다. 놀라운 전염력으로 순식간에 다른 사람으로 옮겨진다.전염력이 강한 것이 잘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염력이 강해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았다면 그들은 홀로 눈이 멀었다고 생각할 것이고 절망에 빠져버렸을 테니까. 그러나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나중엔 그들과 함께 생활함으로서 절망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성과는 없었지만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한 연구도 진행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현실성 있는 설정이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신종플루 환자들을 격리수용 시킬때 제대로 된 옷과 음식은 물론 시설도 좋은 곳을 주는데 이 영화에서 환자들은 거의 죄수 취급을 받고 있다.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총으로 사살하기도 한다. 진짜 죄수도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없는데 말이다. 또 바이러스인지 세균인지 혹은 인간이 모르는 원인이 있는지 밝혀지진 않았지만 전파를 타고 전염되는 것도 아닌데 전화는 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가. 이밖에도 많은 상황이 너무 억지이다.
                                                   경비원들은 사람을 그냥 죽이고 시체를 치우지도 않는다.
 영화에 나오는 인간들은 모두 크게 나쁜편과 착한편으로 나뉜다. 물론 착한편은 주인공인 의사와 그의 아내가 속한 편이다. 그런데 나쁜편이 수용소의 권력을 차지하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착한편과의 공존을 거부하고 뭐든 자기들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식량을 다 가져가서는 물건과 바꾸자고 하기도 하고 여자를 하룻밤 동안 바치라고 하기도 한다. 여기서도 이상한 점은 주인공인 여자는 앞을 볼 수 있는데도 왜 그렇게 당하고만 있었나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그들을 공격하면 그들과 전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참고 있었다는 것처럼 나온다. 그러나 하려고만 하면 충분히 나쁜 사람들을 제압하고 평화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나타내려고 하는 것이 뭔지는 알겠다. 힘든 상황에서도 잃어버리 않은 인간애, 정의. 이타적인 행동의 고귀함...그런데 좀더 설정이 제대로 되었으면 어땟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이런 가치들이 제대로 가슴으로 전해졌을 텐데.. 이 영화는 헐리우드의 화려한 그래픽이나 액션도 없고 스토리가 재미있거나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예술영화가 의도하는 감동이나 깨달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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