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노트

줄무늬 잠옷을 입은소년


  영화를 봤다. 처음엔 아이들이 천진하게 뛰어노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두 팔을 쭉 펴고 서로 달리고 있는 아이들 위로 유럽의 거리가 지나간다. 아름다운 건물들, 밝은 표정의 사람들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그 사이로 경찰에 의해 끌려가는 사람이 보이고 건물에 드리워진 현수막에 그려져 있는 것은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그렇다. 이 영화는 히틀러가 집권하고 있던 시대의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다. 주인공이라 할수 있는 브루노의 아버지 랄프는 독일 장교이고 국가에 충성하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새 일을 위해 시골로 이사를 간 브루노. 그는 그곳에서 지금까지 볼수 없었던 현실과 접하게 된다. 잠옷을 입은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유대인들, 유대인들을 악마로 생각하며 적대시하는 사람들... 영화에서 브루노의 가족은 유대인과 대화 하는 것조차 꺼린다. 브루노의 엄마는 바닥에 넘어진 부르노를 치료해준 유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것 조차 어려워 한다. 유대인들은 이렇게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며 살고 있었다.
 부르노의 누나인 그레텔은 인형을 좋아하고 신앙심 있는 소녀였으나 점점 국가의 이념에 빠지고 심취하게 된다. 인형은 어린애들이나 가지고 노는 것이라며 가지고 있던 인형을 전부 지하실에 버리고 방안을 온통 히틀러와 나치의 선전물로 채운다. 이걸보면 나치의 선전이 얼마나 강력하게 사람들을 사로잡았는지 알수 있다. 그시대의 많은 독일인들이 이렇게 국가에 세뇌되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만약 내가 저시대 독일국민중 하나였다면 나치에 반대하고 유대인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에 의해 심어진 애국심과 충성심,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사상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분위기 속에서 홀로 반대의 목소리를 낼 정도로 용기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대에도 자기의 신념을 지키려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치에 대항하는 대학생들이 만든 단체 '백장미'가 있었고 안네의 일기에 나오는 안네와 다른 유대인 가족들을 몰래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이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옳은 길을 알려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지 않는다는것에서 비극은 시작된다. 집단적인 피해의식에 의해 태어난 특정 집단에 대한 적개심은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친구가 없던 부르노는 집에서 좀 떨어진 유대인수용소에서 슈무엘이라는 유대인 소년을 만나게 된다. 줄무늬 옷을 입고 항상 힘이 없어 보이는 슈무엘. 어른들의 비뚤어진 감정에 물들지 않은 브루노와 슈무엘은 친구가 된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애물은 그들의 사이에 있는 전기 담장 만큼이나 높고 단단했다.
 유대인이라는 이름.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아들이 재로 변하고 있을 현장 앞에서 충격을 받은 랄프. 하늘에선 비가 쏟아지고 어머니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진다.
 나는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브루노와 슈무엘이 극적으로 살아남길 기대했었다. 랄프가 작업을 중지시키던지 어느 병사가 노인들 가운데 어린 아이들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빼내던지 말이다. 그러나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꺠닫고 공포에 질려 소리치는 유대인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다.

'감상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우주다큐  (0) 2015.07.10
독서-개를 돌봐줘 (J. M. 에르)  (0) 2014.03.15
기대했다 실망한 눈먼 자들의 도시  (1) 2009.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