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를 했다.. 잡담 2009. 7. 28. 00:16
2009/4/**

 오늘 쥐해부를 했다. 해부실험이 예고된 날부터 오늘이 오기를 짐짓 태연한 척 했지만 사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해부 실험을 하니 나도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는 생각을 가졌었던 것 같다. 3시가 가까워지며 우리과 학생들은 지정된 실험실로 모여들었다. 흰 가운을 입고 실험실에 들어가자 실험실 앞 책상위에 희생양이 될 rat들이 케이지에 들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각 조에 암컷과 수컷 한마리씩이 주어졌고 우리조로 온 수컷 녀석은 크기가 내 팔뚝만큼 컸다. 우리 조원들은 그들을 책상 가운데 올려놓고 할말을 잊은채 바라봤다. 조교 한명이 책상을 돌며 쥐들에게 마취주사를 놓았다. 앞서서 한 조교가 마취주사를 놓는 법과 주의사항을 알려줬지만 우리들은 아직 1학년이므로 직접 마취를 하지는 않았다.
 마취되어 있는 쥐은 뒤집혀서 우리들 앞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방금 마취하는 것을 봤는데 가위가 닿을대마다 움찔거리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깨어날 것 같이 위태위태했다. 모두 망설이고 있는데 우리 조에서 내가 유일한 남자였으므로 내가 하겠다고 나섰다. 아마 사실은 내가 해부를 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조교가 가르쳐준 순서에 따라 먼저 배 아래를 가로로 갈랐다. 피부는 벗기고 근육층은 그대로 두라는 말을 따라 손감각만으로 피부만을 조심스럽게 잘랐다. 꽤 완벽히 해내서 조교가 칭찬을 했다.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다음 순서로 빠르게 진행했다. 가슴까지 세로로 피부를 자른다. 그다음 배에있는 틈새를 따라 근육층을 갈랐다. 그러자 내 눈앞에 내장기관이 한데 뒤엉켜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소장인지 대장인지 알수없는 그 장기들, 붉은 피로 흠뻑 젖어있는 그 장기들.  내가 본 것은 생명의 가장 은밀한 부분이었고 생명의 본능적인 모습이었으며 생태적 생명이 아닌 물질적 생명, 단백질과 지방으로 이루어진 생명의 모습이었다. 생명은 본래 이런 조직들의 결합일 뿐이겠지. 마음이 있다고 하는 뇌도 이 붉은 내장기관과 같은 것일 뿐이다.
 우리가 그 장기들을 보고 있으니 조교가 와서 rat의 배에 손을 집어넣어 내장들을 꺼냈다. 그녀의 손은 한치 망설임도 없었고 능숙했다. 내장기관들을 하나씩 우리에게 보여주며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이것이 위다. 이것이 대장이다. 이것이 고환이다....
 다음으로 나는 가위를 계속 놀려 횡격막을 찢고 그 윗부분까지 피부를 벌렸다. 해부를 시작하기 전 조교는 횡격막을 찢으면 몇분 뒤 심장이 멈추어 버리므로 심장이 뛰는 것을 보고 싶으면 처음엔 횡격막을 찢지 말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나는 볼 수 있었다. 이미 몸속에 있어야 할 내장들이 제 위치에 없는 상황에서도 펌프질을 계속하는 조그만 그것을. 얼마나 격렬하게 운동을 하는지 뛸 때마다 주위에 붙어있던 폐가 들썩거렸다. 나는 그때 갑자기 잊고있던 사실이 내 뒤에서 덮친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쥐는 살아있다....
 지금 가위를 들고 있는 나도 생명체고 내 앞에서 속을 내놓고 누워 있는 쥐도 생명체다. 무의미한 운동을 계속하는 저 심장의 모습은 흡사 마지막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을려고 하는 것 같이 보였다. 혹은 삶의 끝에 다다른 공포에 몸을 떨고 있는 것같아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가위를 던져 버리고 실험실을 뛰쳐 나가.............지는 않았다. 심장의 박동이 점점 약해지고 완전히 멈추어 졌을때 다른 조원들이 나머지 내장들을 몸에서 꺼내 은박지 위에 펼쳐 놓았다. 한때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생명의 증거로서 호흡을 했을 이 쥐는, 호흡을 할 폐도 빼앗기고 음식물을 소화시킬 기관도 빼앗긴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우리들의 장갑 낀 손은 살인자의 그것처럼 피로 물들어 있다. 실험이 끝나고 나는 화장실에서 손을 깨끗이 씻었다. 해부하는 내내 신경을 자극했던 비린내가 계속해서 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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